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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세계대전 여군 이야기.txt

꿀잼 제2차세계대전 여군 이야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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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하나가 생각나…

그 전투에서 우리는 꽤 많은 독일군을 포로로 생포했어. 그들 중에는 당연히 부상자들도 있었지. 우리가 그 부상자들에게 붕대를 감아줬는데,

그들도 우리 병사들처럼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해내더군. 날이 무척이나 더웠어. 푹푹 찌는거야. 그래서 주전자를 찾아서 부상병들에게 물을 먹여줬지.

사방이 뻥 뚫린 들판이었어. 우리를 향해 총탄이 쏟아졌지. ‘즉시 참호를 파고 위장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어.

 

우리는 땅을 파기 시작했어. 독일군 포로들이 우리를 지켜보더라고. 그들에게도 설명했지. 땅을 파야 하니 당신들도 와서 도우라고. 함께 땅을 파자고.

 

그러자 자기들에게 땅을 파라는 얘긴지 알아듣고는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살피잖겠어. 구덩이를 다 파고 나면 그 옆에 자기들을 세워놓고  총살시킬거라고 생각한거야. 이제 끝이구나 싶었던 거지…

 

얼마나, 얼마나 두려워 떨던지. 당신이 봤어야 하는데.. 그 표정을..

 

하지만 우리가 포로들의 상처를 싸매주고 물을 먹여주고, 또 자신들이 파놓은 구덩이에 들어가 몸을 숨기라고 하자 거의 넋이 나가서는 어쩔 줄을 몰라하는데… 어떤 독일군 포로는 울음까지 터뜨리더라니까. 나이가 좀 있는 병사였는데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감출 생각도 없이 꺼이꺼이 우는거야..

 

 

 

 

니나 바실리예브나 일리인스카야, 간호병

 

 

—–

 

베를린에 입성하고… 한번은 길을 가는데 갑자기 맞은 편에서 남자애 하나가 뛰어나오더라고. 손에 MP40을 들고서. 어린 독일 시민군이었어. 이미 전쟁도 끝나가는 판인데. 그때가 전쟁 막바지였거든.

 

나는 손이 이미 기관단총에 가 있었어. 여차하면 발사할 준비가 돼 있었지. 아이가 나를 보고는 눈을 끔벅끔벅하더니 ‘앙’하고 울음을 터뜨렸어. 그러자 글쎄, 웃기지도 않게 나도 눈물이 나는거 있지.

 

빌어먹을 기관단총을 들고 서 있는 그 아이가 어찌나 짠하던지. 나는 재빨리 아이를 무너진 건물의 개구멍으로 밀어넣었어. 아이를 숨겨주고 싶었거든. 

하지만 아이는 내가 자기를 죽이려는 줄 알고 기겁을 했어. 그때 내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여자인지 몰랐을 텐데도 내 손을 덥석 잡더라니까!

 

아, 그러고는 아이가 엉엉 흐느껴 우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이가 너무 놀라 말을 못하더군. 어쨋든 전쟁은 전쟁이었으니까…

 

그래, 나도 뭐라 할 말을 잃었어. 전쟁 내내 그토록 증오하던 독일놈인데! 아무튼 사람을 죽이는 건 명분이 옳고 그르든 할 짓이 못돼.

역겨운 일이지. 더구나 전쟁이 끝나가는 막바지에는..

 

 

알비나 알렉산드로브나 긴타무로바, 상사, 정찰병.

 

 

 

출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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